리플(XRP)이 뭐길래, 이렇게 팬이 많을까? 전망과 리스크 정리

가상자산 중 가장 극적인 종목을 꼽으라면 엑스알피(리플)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여러 파고를 넘어 긴 하락장과 횡보를 거듭하다 2024년 말부터 무섭게 상승했는데요. 어쩌면 지치고 힘들 수 밖에 없는 환경에도 꾸준히 리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리플이란 무엇인가?
먼저, 두 가지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리플(Ripple): 국경 간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핀테크 기업이자, 그 기술이 구현되는 네트워크(RippleNet)의 이름입니다.
- XRP: 리플 네트워크에서 두 다른 통화 간의 거래를 연결하는 '브릿지 통화(Bridge Currency)' 역할을 수행하는 디지털 자산(토큰)입니다. 유동성을 공급하여 송금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리플이 XRP라는 별도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산의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국제 통화 코드에서 'X'가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자산(예: 금 XAU)을 의미하듯, XRP 역시 리플사의 주식이 아닌 중립적인 자산임을 나타냅니다.
리플은 무엇을 해결하나?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에서 은행은 송금받는 국가의 통화로 자금을 직접 환전해야 했습니다. 이는 A은행이 거래를 위해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화뿐만 아니라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거래량이 적은 통화까지 미리 확보해두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사용 빈도가 낮은 통화를 대량으로 보유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묶여있는 돈'이 되어 자금 운영의 효율성을 크게 저해합니다.
하지만 국제 송금 시 XRP를 사용하면, 은행은 주요 통화와 함께 XRP만 예비로 확보하고 있으면 됩니다. 굳이 여러 국가의 소액 통화를 직접 보유할 필요 없이, '원화 → XRP → 페소' 와 같이 XRP를 중간 다리로 삼아 즉시 환전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리플이 해결하려는 핵심 문제입니다.
📊 실제 성과: 리플의 네트워크(RippleNet)는 현재 70개국 이상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300개 이상의 금융 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트너사인 Tranglo는 XRP를 직접 활용하는 ODL(On-Demand Liquidity) 솔루션 도입 후 1년 만에 거래액이 5,300만 달러에서 9억 7,000만 달러로 17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가장 큰 호재: 규제 리스크 해소
리플의 가장 큰 족쇄는 2020년부터 이어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었습니다. SEC는 XRP가 "미등록 증권"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2025년 소송을 취하하며 긴 분쟁이 마무리되었죠. 이는 XRP가 주요 디지털 자산 중 최초로 증권 리스크를 법적으로 해소한 기념비적인 사건입니다.
이후 리플은 SEC와 1억 2,5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최종 합의하며 장기간의 법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털어냈습니다. 이로써 리플은 제도권 금융 기관들이 파트너십을 맺기에 한결 부담이 적은 디지털 자산이 되었습니다.
남아있는 리스크와 경쟁자들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리스크도 고려해야 합니다.
(1) 내부 리스크: 중앙화 및 잠재적 매도 압력
XRP는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토큰 분배가 특정 주체, 즉 리플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 에스크로 물량: 리플사는 매월 10억 개의 XRP를 에스크로 계정에서 잠금 해제합니다. 이 물량의 상당수는 다시 락업되지만, 일부는 운영비, 파트너십, 기관 판매 등에 사용됩니다. 이는 시장에 꾸준한 잠재적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탈중앙화 논란: XRP 레저의 합의 과정(컨센서스)이 소수의 검증인(Validator)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완벽한 탈중앙화를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이는 리플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외부 위협: 강력한 대체재와 경쟁 환경
'국제 송금' 시장은 리플만의 무대가 아닙니다. 여러 강력한 경쟁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장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 전통 금융의 반격 (SWIFT): 기존 국제 송금망의 절대 강자인 SWIFT는 느리고 비싸다는 비판에 대응해 'GPI(Global Payments Innovation)'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송금 속도와 투명성을 크게 개선하며 리플의 필요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익숙한 SWIFT망을 개선해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 있습니다.
- 직접 경쟁자 (스텔라, XLM): 리플의 공동 창업자가 만든 스텔라(Stellar)는 리플과 매우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하는 리플과 달리 개인 간 소액 송금 및 개발도상국 금융 포용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나 비전으로나 가장 직접적인 경쟁 상대입니다.
- 가장 현실적인 위협 (스테이블코인): 달러와 1:1로 가치가 연동되는 USDC,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XRP의 '브릿지 통화'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 없이 즉각적으로 국경 간 결제를 처리할 수 있어, 변동성이 있는 XRP를 굳이 중간 다리로 사용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 중앙은행(CBDC):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개발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또한리플의 장기적인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각국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이들 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민간 기업인 리플의 솔루션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4. 미래 전망과 투자자를 위한 핵심 관전 포인트
리플(XRP)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많은 금융 기관이 XRP를 실제 유동성 자산으로 채택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처럼 기술 생태계 확장에 가치를 두는 자산과 근본적으로 다른 투자 포인트입니다. 투자자라면 막연한 기대감 대신 아래 지표들을 냉정하게 추적해야 합니다.
- ODL 거래량: 리플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XRP 시장 보고서'를 통해 XRP를 직접 사용하는 ODL(On-Demand Liquidity) 거래량이 실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신규 파트너십의 '질': 단순한 파트너십 발표가 아닌, 씨티그룹, HSBC 같은 최상위(Tier-1) 은행이나 대형 결제 기업이 ODL 솔루션을 채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 주요 송금 경로 장악력: 미국-멕시코, 동남아시아 등 특정 국가 간 송금 시장(Corridor)에서 XRP가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결론
리플(XRP)은 규제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고 실제 금융 네트워크에서 명확한 사용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디지털 자산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막대한 에스크로 물량이라는 내부적 과제와 SWIFT, 스테이블코인, CBDC라는 강력한 외부 도전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XRP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흐름보다는 리플사의 사업적 성과와 국제 송금 시장의 패권 변화에 따라 신중히 투자해야 합니다.
해당 콘텐츠는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를 수 있으므로, 투자 판단은 개인의 책임 하에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